코스피 5% 급락에 매도 사이드카…7천선 또 무너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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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이진형 기자] 국내 증시가 반도체 업황에 대한 우려와 과도한 레버리지 상품의 여파로 하루 만에 급반등과 급락을 오가는 극심한 혼조세를 보이고 있다. 16일 코스피 지수가 장 초반부터 5% 이상 폭락하며 다시 한번 7,000선 아래로 내려앉은 가운데, 시장 전문가들과 금융당국은 이번 변동성의 핵심 원인으로 지목된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에 대한 규제 검토에 착수했다.
▣ 하루 만에 매수·매도 사이드카 교차… 반도체 대형주 일제히 폭락
16일 코스피 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4.45% 내린 6960.50으로 출발한 뒤 하락 폭을 5%대로 넓혔다. 코스피200선물 지수 역시 5% 이상 급락함에 따라 오전 9시 10분경 프로그램 매도호가를 5분간 정지하는 '매도 사이드카'가 발동됐다. 이번 주 들어서만 세 번째이자, 올해 유가증권시장에서 발동된 37번째 사이드카다. 직전 거래일에 매수 사이드카가 발동됐던 점을 감안하면 하루 만에 증시가 천당과 지옥을 오간 셈이다.
시장의 급락을 주도한 것은 간밤 미국 뉴욕 증시에서 불어닥친 반도체 쇼크다. 마이크론(-8.02%)과 샌디스크(-8.12%) 등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의 주가가 일제히 폭락하면서 국내 반도체 투톱도 직격탄을 맞았다. 삼성전자는 5.72% 떨어진 26만3500원에, SK하이닉스는 8.41% 폭락한 190만7000원에 거래되며 지수 하락을 견인했다.
외신과 증권가에 따르면, 인공지능(AI) 인프라 구축의 핵심 큰손인 코어위브가 향후 메모리와 스토리지 가격 하락에 대비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시장 전반에 반도체 고점 우려(피크아웃)가 재차 확산된 것이 결정적 계기가 됐다.
▣ 외신 “한국 증시, 펀더멘털 아닌 자금 흐름에 좌우되는 레버리지 실험장”
외신들은 최근 한국 증시가 유독 해외 증시보다 극심한 출렁임을 보이는 원인으로 ‘레버리지 과잉’을 꼽았다. 미국 블룸버그 통신은 최근 “한국의 AI 주식 급락은 레버리지 과잉이 부른 교훈”이라며 “기업의 기초체력(펀더멘털) 변화 없이 오직 자금 흐름(Flow)만으로 주가가 움직이는 악순환의 실험장이 됐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블룸버그는 대표적 사례로 지난 13일 SK하이닉스 주가가 15% 폭락했던 사태를 언급했다. 주가가 일정 수준 이하로 떨어지자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상장지수펀드) 운용사들이 자산 노출 비중을 맞추기 위해 수십억 달러 규모의 주식을 기계적으로 강제 매도(청산)했고, 이 매도 물량이 다시 주가 폭락을 부추기는 악순환이 발생했다는 분석이다. 골드만삭스 역시 보고서를 통해 당일 레버리지 ETF들이 매도한 SK하이닉스 주식 규모가 약 50억 달러(약 7조 4000억 원)에 달했을 것으로 추정했다. 이는 당일 해당 종목 전체 거래대금의 18%에 육박하는 수치다.
이처럼 투기성 상품의 강제 매도가 변동성을 키우면서 장기 보유 성향이 강한 개인 투자자들만 고스란히 피해를 떠안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로 지난 5월 상장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관련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10여 개는 출시 이후 현재까지 약 40%에 달하는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 중이다. 게다가 SK하이닉스가 미국 나스닥에 주식예탁증서(ADR)를 상장하면서 서울과 뉴욕 증시가 24시간 동기화되는 구조가 구축돼, 변동성 증폭 메커니즘이 더욱 고착화됐다는 평가다.
▣ 금융위, ‘단일종목 레버리지’ 메스 댄다… "조만간 보완책 발표"
증시의 기형적인 변동성이 연일 이어지자 금융당국도 긴급 대책 마련에 나섰다. 이억원 금융위원장은 16일 방송에 출연해 국내 주식 시장의 급등락 원인으로 지목된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과 관련, “해당 상품이 증시 변동성에 미치는 영향 등을 긴밀히 점검하고 있다”며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는 보완 방안을 신속히 마련해 조만간 발표하겠다”고 공식 표명했다.
이 위원장은 최근의 증시 불안에 대해 “글로벌 반도체 산업이 슈퍼 사이클을 타고 단기간에 급성장하면서 기대를 모았으나, 최근 우려와 기대가 매일 교차하며 뉴스가 나올 때마다 시장이 출렁이고 있다”고 진단했다. 특히 한국 증시의 타격이 큰 이유로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시가총액이 급격히 불어나면서 코스피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커졌고, 이로 인해 대외 충격을 맞는 ‘영향 면적’ 자체가 넓어졌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시장 일각에서 제기된 변동성 완화를 위한 일시 거래 정지 등의 조치에 대해서는 “그에 따른 더 큰 부작용이 초래될 수 있는 만큼 신중하게 접근하고 있다”며 선을 그었다. 이 위원장은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은 대표적인 단기성 고위험 상품"이라고 경고하며, 근본적인 시장 안정을 위해서는 단기 투기성 자금에 의존하기보다 장기 자금 유입을 유도하고 주주 가치 보호 및 산업 정책을 통해 신뢰받는 투자 여건을 조성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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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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