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가구 1주택 소유자 중 해당 주택에 실제 거주하지 않는 이들을 겨냥했던 종합부동산세(이하 종부세) 강화 조치가 결국 무산되었다. 과세 당국이 비거주 1주택자에 대한 종부세 기본공제 한도를 기존 공시가격 기준 12억 원으로 동결하는 방향으로 정책 노선을 확정 지은 것이다. 이는 기획재정부가 이달 초 공개했던 세제개편 초안에서 비거주자의 공제액을 9억 원으로 대폭 하향 조정하겠다고 밝힌 지 불과 3주일 만에 이루어진 전면적인 궤도 수정이다. 갑작스러운 세금 폭등 우려와 더불어 ‘실거주’를 판별하는 잣대가 현실과 동떨어져 있다는 거센 비판 여론이 이번 정책 변경의 결정적 요인으로 작용했다.
26일 재정경제부 및 주요 관계 부처의 전언에 따르면, 정부는 비거주 1세대 1주택자에게 적용되는 종부세 기본공제액을 현행 12억 원으로 유지하는 방안을 최종적으로 유력하게 검토 중이다. 반면, 주택에 실제로 거주하는 1주택자에 대해서는 애초 정부가 발표한 원안대로 기본공제 한도를 12억 원에서 14억 원으로 상향 조정할 방침이다. 결과적으로 1세대 1주택자 내부에서도 실제 거주 여부에 따라 세제 혜택의 규모는 차등 적용되지만, 당초 우려했던 비거주자의 징벌적 세금 폭등은 피할 수 있게 되었다. 이는 ‘실거주자 우대’라는 조세 정책의 큰 틀은 훼손하지 않으면서도, 비거주자를 투기 세력으로 간주하여 과도한 증세를 압박했던 기존 안의 부작용을 최소화하려는 절충안으로 풀이된다.
당초 정부가 이달 3일 야심 차게 발표했던 세제개편안의 핵심은 1세대 1주택자의 종부세 과세 문턱을 공시가격 12억 원에서 14억 원으로 높여 세 부담을 덜어주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실거주자에게만 14억 원의 혜택을 부여하고, 비거주자에게는 9억 원의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며 논란에 불을 지폈다. 만약 원안이 그대로 통과되었다면, 공시가격이 14억 원을 근소하게 초과하는 비거주 1주택자는 9억 원을 공제한 나머지 무려 5억 원 이상에 대해 고스란히 세금 철퇴를 맞게 되는 구조였다. 특히 올해 전국 공동주택 공시가격이 평균 9.13% 상승하고, 서울의 경우 18.60%라는 기록적인 상승률을 보인 상황에서 이러한 조치는 치명적이었다. 여기에 공정시장가액비율 인상까지 맞물리면서, 비거주자의 보유세 부담이 걷잡을 수 없이 치솟을 것이라는 조세 전문가들의 경고가 잇따랐다.
입법예고 기간 동안 국민들의 반발도 거셌다. 정부의 세법개정안에 접수된 각계각층의 의견 중 종부세 및 양도소득세 등 비거주 주택의 차등 과세와 직결된 항의성 민원만 2,300건을 상회했다. 이들의 주된 논리는 직장의 전근, 자녀의 교육, 노모 봉양 등 불가피한 사유로 자가에 거주하지 못하는 선량한 1주택자를 다주택 투기꾼과 동일선상에 놓고 페널티를 부과하는 것은 심각한 조세 평등주의 위배라는 것이었다.
이러한 성난 민심에 여당 역시 신속하게 반응하며 정부를 압박했다. 더불어민주당 김민석 대표는 지난 23일 열린 고위당정협의회에 참석해 “비거주 1주택자의 종부세 기본공제를 12억 원에서 9억 원으로 급격히 축소하고, 세 부담 상한마저 200%로 상향하는 것은 국민의 수용성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조치로 깊이 있는 재검토가 절실하다”며 강력한 제동을 걸었다. 일각에서는 거주 여부를 묻지 않고 모든 1주택자에게 동등하게 14억 원의 공제를 적용해야 한다는 파격적인 주장도 제기되었다. 그러나 정부 입장에서는 비거주자에게까지 14억 원을 적용할 경우 대규모 세수 감소가 불가피하고, 애초 정책 목표였던 ‘거주 중심의 부동산 조세 체계 확립’이라는 명분이 퇴색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하여 12억 원 동결이라는 타협점을 찾은 것으로 분석된다.
이와 함께 거주하지 않더라도 실거주로 간주해 주는 ‘예외 사유’의 폭도 대폭 넓어질 전망이다. 기존 정부안에서는 취학, 직장 이전, 질병 요양, 전학, 해외 파견, 부모 봉양 등 비교적 제한적인 사유만을 인정했다. 그러나 수정안에서는 맞벌이 부부의 손주 돌봄을 위해 타 지역으로 이주한 경우나, 자녀의 학군 문제로 전세를 살게 되는 경우 등 현실적인 라이프스타일을 적극 반영한 예외 조항 추가가 유력하게 논의되고 있다. 이러한 예외 사유 확대는 국회의 법 개정 없이 시행령 수정만으로 즉각 적용이 가능해 정책 체감도가 빠를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종부세 세 부담 상한선을 현행 150%에서 200%로 대폭 상향하려던 계획 역시 원점에서 재검토되고 있다. 세 부담 상한제는 납세자가 부담해야 할 종부세와 재산세의 합계액이 전년도 대비 비정상적으로 폭증하는 것을 막아주는 최소한의 방어막이다. 당초 기획재정부는 세율 인상과 공정시장가액비율 상승분이 세수에 즉각 반영되도록 상한선을 200%로 끌어올리려 했다. 하지만 공시가격의 가파른 상승세를 감안할 때, 국민의 조세 저항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현행 150% 룰을 반드시 유지해야 한다는 여당의 주장이 강하게 반영된 상태다. 정부는 조만간 당정 간의 치밀한 조율을 거쳐 최종 수정안을 확정한 뒤, 국무회의 의결을 거쳐 다가오는 정기국회에 세법개정안을 상정할 계획이다.
정부의 이번 종부세 개편안 수정은 조세 정책이 탁상공론에 머물지 않고 현실적인 민심과 여건을 유연하게 수용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선례를 남겼다. 부동산 세제는 국민의 자산과 직결되는 만큼, 단순한 투기 억제를 넘어 헌법이 보장하는 거주 이전의 자유와 조세 형평성을 동시에 충족시켜야 한다. 향후 국회 입법 과정에서도 공정시장가액비율과 구체적인 세율 조정 등 세부적인 쟁점들이 남아있는 만큼, 정부와 국회는 납세자의 수용성을 최우선으로 고려한 정교하고 합리적인 세제 체계 완성을 위해 끝까지 만전을 기해야 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