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편집자 주]
메마른 일상에 따뜻한 '시(詩)그널'을 켭니다. 행간에 담긴 마음의 떨림 속에서 바쁜 일상에 잊히기 쉬운 '인권과 존엄'의 가치를 발견합니다. 인권온에어가 전하는 詩 한 편이 당신의 오늘에 다정한 위로가 되기를 바랍니다.
오래 일한 내 손을 바라보다
얼굴은 거울로 자주 보면서도 손은 잘 들여다보지 않는다. 어느 날 문득 손등의 주름이 늘어난 걸 보고서야 ‘언제 이렇게 됐지?’ 싶어진다. 생각해 보면 그 손은 참 오래 일했다. 밥을 하고, 청소를 하고, 누군가에게 안부를 보내고, 때로는 말 대신 마음을 전했다. 늘 곁에 있었지만 제대로 고맙다고 말해 본 적은 별로 없는 그 손에게 말을 거는 시 한 편이 있습니다.
나의 손에게
가끔 주름진 네 모습이
미울 때도 있지만
늘 고마움이 먼저야
오늘도 네가 있어
따뜻한 밥을 짓고
밀렸던 청소도
할 수 있었거든
휴대전화 자판을 눌러
사람들에게 안부도 전할 수 있고
60년 넘게 피아노 건반 위에서
내 마음을 대신 전해 줘서 고마워
그러니 너는 절대 아프지 마
그리고 한 가지만 더!
마음속 생각이 시가 될 수 있도록
글도 예쁘게 적어 주길 부탁해.
_최인순
“가끔 주름진 네 모습이 / 미울 때도 있지만.” 첫마디가 솔직하다. 주름이 반갑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손등을 바라보다 ‘언제 이렇게 늙었나’ 서운해지는 날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시인은 곧바로 고마움을 꺼낸다. 주름보다 그 손으로 해 온 일이 먼저 생각났기 때문이다.
따뜻한 밥을 짓고, 밀린 청소를 하고, 휴대전화 자판을 눌러 사람들에게 안부를 보낸다. 모두 평범한 일이다. 그래서 더 쉽게 잊는다. 밥을 먹으며 반찬 이야기는 해도 밥을 지은 손을 생각하는 일은 드물다.
문자 한 통을 보내면서도 자판을 누른 손가락에게 고맙다고 하지는 않는다. 손은 묵묵히 제 일을 했고 우리는 그걸 당연하게 받아들였다.
그런데 이 손에는 조금 특별한 시간이 들어 있다. “60년 넘게 피아노 건반 위에서 / 내 마음을 대신 전해 줘서 고마워.” 육십 년이면 손가락에도 수많은 기억이 쌓였을 것이다.
즐거운 날에도 건반을 눌렀을 것이고, 마음이 힘든 날에도 피아노 앞에 앉았을 것이다. 말로 꺼내기 어려운 마음을 손가락이 먼저 알고 건반 위에 올려놓은 날도 있었을 테다.
그래서 “너는 절대 아프지 마”라는 말이 오래 남는다. 주름을 먼저 보면 조금 서운하다. 그런데 그 손으로 해 온 일을 하나씩 떠올리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사람을 먹이고, 집을 돌보고, 안부를 전하고, 60년 넘게 음악을 들려준 손이다. 예전보다 조금 느려졌다고 해도 그 손으로 지은 밥과 눌렀던 건반까지 늙는 것은 아니다.
시인은 마지막에 손에게 부탁 하나를 더 한다. 이제는 마음속 생각을 시로 적어 달라고. 오랫동안 피아노 건반을 두드린 손이 이번에는 글을 쓴다. 손과 시인의 일이 아직 끝나지 않은 셈이다. 써야 할 것이 더 남아 있다는 것, 그래서 손에게 부탁할 일이 하나 더 있다는 것이 왠지 반갑다.
시인 소개

최인순 시인은 관인 음악학원을 30년간 운영하고 음악학원협회 이사를 지냈으며, 2015년 시낭송가 인증서를 취득했다. TV 건강프로그램과 교양프로그램 등에 출연했고, 한국감성시협회 정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건국대학교 시·글쓰기 전문교육과정을 수료하며 오랜 음악의 시간을 이제 시의 언어로도 이어가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