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춘

노인일자리 100만 시대, 원하는 일은 따로 있다?…남녀 ‘일자리 미스매치’ 들여다보니

2022년 누적 참여자 여성 67.2%·남성 32.8%…사업유형별 성비는 큰 차이

공익활동 여성 70.8%, 시니어인턴십 남성 65.9%…참여구조 엇갈려

남성 희망 주 4.1일·하루 5.1시간·월 100만4,000원…여성보다 근무시간·보수 높아

  • 폐지수집 노인은 남성 57.7%…노인일자리 참여율과 근로의욕 동일시 어려워
  •  
  • 근무조건 다양화·경력 매칭·민간취업 연계…100만 개 다음은 ‘일자리의 적합성’

 

 

노인일자리가 100만 개를 넘어선 가운데 이제는 일자리 수뿐 아니라 ‘누구에게 어떤 일을 연결할 것인가’를 함께 살펴볼 필요가 있다. 

 

2022년 노인일자리사업 누적 참여자는 여성 67.2%, 남성 32.8%였지만 취업알선형과 시니어인턴십에서는 남성 비중이 절반을 넘었다. 

 

노인일자리 참여 희망자의 근로조건을 분석한 연구에서도 남성이 여성보다 긴 근무시간과 높은 보수를 희망했다. 

 

이런 차이가 남성의 낮은 참여 비중을 직접 설명하는 것은 아니지만, 사업유형과 근무조건, 생애경력 등에 따른 일자리 수요와 공급의 차이를 살펴봐야 한다는 질문을 던진다.

 

노인일자리 상담 현장에서 고령 남녀가 여러 직무 정보를 살펴보는 모습을 표현한 이미지 (AI 제작)

 

전체는 ‘여성 7·남성 3’…사업유형별 성비는 달랐다

2022년 노인일자리 및 사회활동 지원사업 누적 참여자는 97만1,475명이었다. 

 

여성은 65만2,990명으로 67.2%, 남성은 31만8,485명으로 32.8%였다. 

대략 여성 7명에 남성 3명꼴이다.

 

그러나 사업유형별로 나누면 다른 모습이 나타났다.

 

공익활동은 여성 70.8%, 남성 29.2%였고 사회서비스형은 여성 73.2%, 남성 26.8%였다. 

시장형사업단도 여성 74.1%, 남성 25.9%로 여성 비중이 높았다.

 

반면 취업알선형은 남성 52.6%, 여성 47.4%였다. 시니어인턴십은 남성 65.9%, 여성 34.1%였고 사회서비스형 선도모델도 남성이 58.3%를 차지했다.

 

이 수치는 중도탈락자를 포함한 누적 참여자 기준이다. 

 

사업유형에 따라 남녀 참여 비중에 상당한 차이가 있었다는 점은 확인되지만, 이를 곧바로 특정 일자리에 대한 성별 선호 차이로 해석하기는 어렵다. 

 

연령과 참여자격, 선발조건, 과거 직업경력 등 다른 요인이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남성은 더 긴 근무시간·높은 보수 희망

희망하는 근무조건에서도 성별 차이가 나타났다.

 

한국노인인력개발원의 ‘노인일자리사업 수급 전망과 지역배분 방안 연구(Ⅰ)’는 2022년 노인일자리 실태조사 원자료를 이용해 기존 참여자와 대기자의 희망 근로조건을 분석했다.

 

분석 결과 남성은 주당 평균 4.1일, 하루 5.1시간 근무를 희망했고 월 희망보수는 100만4,000원이었다. 

여성은 주당 평균 3.8일, 하루 3.7시간을 희망했으며 월 희망보수는 59만9,000원이었다.

 

연령별 차이도 나타났다. 

월 희망보수는 65~69세 97만6,000원, 70~74세 70만7,000원, 75~79세 50만9,000원, 80세 이상 41만원이었다.

 

성별뿐 아니라 연령에 따라서도 원하는 근무시간과 소득 수준이 다를 수 있다는 의미다.

 

다만 이 결과만으로 남성의 희망 근로조건과 낮은 노인일자리 참여 비중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소득과 건강상태, 생애 직업경력, 사업 참여자격 등을 함께 분석해야 원인을 판단할 수 있다.

 

정부 노인일자리 남성 32.8%인데 폐지수집 노인은 57.7%

폐지수집 노인 실태조사는 노인일자리 참여 비중과 근로의욕을 동일시하기 어려운 또 다른 단서를 제공한다.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2023년 실태조사에서 전국 폐지수집 노인은 약 4만2,000명으로 추산됐다. 

평균 연령은 76세였고 남성이 57.7%로 여성보다 많았다.

 

이들은 하루 평균 5.4시간씩 주 6일 폐지를 수집했다. 

이렇게 얻은 월평균 수입은 15만9,000원이었다. 

폐지수집을 하는 이유는 ‘생계비 마련’이 54.8%로 가장 많았고 ‘용돈이 필요해서’ 29.3%, ‘건강 관리’ 9.1% 순이었다.

 

2022년 정부 노인일자리 누적 참여자의 남성 비율 32.8%와 대비되는 결과다.

 

다만 두 자료는 조사 대상과 시점, 조사방법이 달라 직접 비교해 인과관계를 설명할 수 없다. 

폐지수집 노인이 정부 노인일자리 대신 폐지수집을 선택했다고 볼 근거도 없다.

 

그럼에도 정부 노인일자리의 남성 참여 비중이 낮다는 사실만으로 남성 고령자가 일을 덜 원한다고 해석해서는 안 된다는 점은 분명하다. 

 

실제 보건복지부도 폐지수집 노인의 생활실태와 복지 욕구를 파악해 노인일자리사업 등으로 연계하는 지원을 추진해 왔다.

 

최신 조사에서도 연령 따라 원하는 일자리 조건 달라

최근 자료에서는 고령층 내부의 연령 차이도 확인된다.

 

한국노인인력개발원이 2013·2016·2019·2022·2025년 노인일자리 실태조사를 활용해 참여자 변화를 분석한 결과, 2025년 74세 이하 참여자의 월평균 희망급여는 94만9,300원이었다. 

 

2013년 41만3,000원보다 두 배 이상 높아졌다. 

2025년에는 월 100만원 이상을 희망한 비율도 31.0%였다.

 

75세 이상 참여자의 2025년 평균 희망급여는 45만7,000원이었다. 

이 연령대에서는 30만원 이상 60만원 미만을 희망한 비율이 46.7%로 가장 높았다.

 

희망하는 활동량에서도 차이가 나타났다. 

2025년 74세 이하는 주당 4.21일, 회당 4.30시간을 희망한 반면 75세 이상은 주당 3.42일, 회당 3.34시간을 희망했다.

 

비교적 젊은 고령층에서는 민간취업 수요도 나타났다. 

 

2025년 74세 이하 참여자의 85.7%는 앞으로도 노인일자리사업에 계속 참여하기를 희망했고, 12.5%는 민간취업을 원했다. 

 

일을 하고 싶지 않다는 응답은 1.8%였다. 

75세 이상에서는 노인일자리 계속 참여가 93.0%, 민간취업 희망이 2.8%, 일을 하고 싶지 않다는 응답이 4.2%였다.

 

74세 이하의 민간취업 희망 비율은 2013년 2.1%에서 2025년 12.5%로 높아졌다.

 

이 결과는 노인일자리의 수요를 성별만으로 설명하기 어렵다는 점을 보여준다. 

같은 고령층에서도 연령에 따라 원하는 근무량과 보수, 민간취업 의향이 달랐다.

 

달라진 고령층…‘노인’ 하나로 묶기 어려워

고령층의 교육수준과 디지털기기 이용환경도 달라지고 있다.

 

2023년 노인실태조사에서 고졸 이상 노인의 비율은 2020년 34.3%에서 2023년 38.2%로 높아졌다. 

스마트폰 보유율도 같은 기간 56.4%에서 76.6%로 상승했다.

 

고령층 내부의 경력과 교육수준, 디지털 활용 능력, 건강상태가 다양해지면서 과거와 같은 방식으로 일자리 수만 늘리는 정책으로는 서로 다른 수요를 충족하기 어려울 수 있다.

 

결국 ‘남성 노인은 이런 일을 원하고 여성 노인은 저런 일을 원한다’는 방식으로 접근하기보다 개인이 살아오면서 쌓은 경력과 현재의 건강상태, 원하는 근무시간과 보수 등을 함께 보는 것이 중요하다.

 

‘100만 개’ 다음 과제는 일자리의 적합성

노인일자리의 양적 확대 이후에는 공급 방식도 세분화할 필요가 있다.

 

한국노인인력개발원의 관련 연구에서도 고령층의 전문직무 개발과 근로형태 다양화 등 맞춤형 공급전략이 제시됐다.

 

현재 확인된 자료를 토대로 보면 정책적으로 검토할 과제는 크게 다섯 가지다.

 

첫째, 근무시간과 보수의 선택 폭을 넓히는 방안이다. 

짧은 사회활동을 원하는 사람과 일정한 근무시간·소득을 원하는 사람이 같은 조건의 일자리를 선택할 필요는 없다. 

건강과 업무강도, 안전을 고려하면서 단시간 활동과 상대적으로 긴 시간 일하는 근로형 일자리 등 선택지를 다양화할 필요가 있다.

 

둘째, 생애 직업경력을 일자리 매칭에 적극 활용하는 것이다. 

신청 단계에서 과거 직종과 업무경험, 보유 자격, 희망 직무와 근무시간을 파악하고 실제 수요처의 직무정보와 연결하는 방식이다. 

시설관리와 안전점검, 행정·상담, 기술지원 등이 경력 활용형 직무가 될 수 있는지는 지역별 수요와 참여자의 희망을 확인해 판단해야 한다.

 

셋째, 성별이 아니라 직무와 개인의 역량을 기준으로 연결해야 한다. 

남성이 시니어인턴십에 상대적으로 많이 참여하고 여성이 공익활동 등에 많이 참여했다는 이유로 ‘남성은 시설관리, 여성은 돌봄’처럼 직무를 구분하면 기존 노동시장의 성별 고정관념을 되풀이할 수 있다. 

같은 기관에서도 돌봄·생활지원뿐 아니라 시설점검, 안전관리, 행정지원 등으로 직무를 세분화하면 선택의 폭을 넓힐 수 있다.

 

넷째, 지역의 실제 인력수요와 연결하는 방안이다. 

농어촌과 대도시, 산업지역은 필요한 인력이 다르다. 

지역의 산업구조와 구인 수요, 노인의 참여 의향과 수행기관 여건을 함께 조사해 일자리를 설계하면 획일적인 공급을 줄일 수 있다.

 

다섯째, 민간취업으로 이어지는 통로를 강화하는 것이다. 

비교적 긴 근무시간과 높은 소득을 원하고 민간취업 의사가 있는 고령자에게는 취업알선과 기업 연계를 강화할 수 있다. 

반대로 사회참여나 짧은 활동을 원하는 고령자에게는 이에 맞는 일자리를 제공하는 다층적인 구조가 필요하다.

 

이들 방안은 모두 현재 확정된 정부 정책을 나열한 것이 아니라, 조사 결과와 관련 연구를 토대로 검토할 수 있는 정책 과제다.

 

‘몇 명 참여했나’ 넘어 ‘얼마나 잘 연결했나’도 봐야

성과를 측정하는 방식도 달라질 필요가 있다.

 

일자리 수와 참여자 수에 더해 신청자가 원했던 직무와 실제 배치된 직무가 얼마나 일치하는지, 희망 근무시간과 실제 근무시간의 차이는 어느 정도인지, 과거 직업경력을 활용하고 있는지 등을 함께 살펴보는 방식이다.

 

특히 성별·연령별 신청자와 대기자 수, 참여하지 않은 이유, 희망 직무와 근무시간·보수, 실제 배치 직무를 연계해 분석하면 미스매치가 어느 단계에서 발생하는지도 파악할 수 있다.

 

남성 참여자가 적은 이유가 애초 신청자가 적기 때문인지, 원하는 조건의 일자리가 부족한 것인지, 신청 이후 선발이나 배치 과정에서 차이가 발생하는지를 구분하려면 이런 자료가 필요하다.

 

노인일자리 100만 시대…‘몇 개’에서 ‘얼마나 잘 맞나’로

현재 자료에서 확인되는 것은 명확하다.

 

2022년 전체 누적 참여자는 여성 67.2%, 남성 32.8%였지만 사업유형별 성비에는 큰 차이가 있었다. 

같은 해 실태조사를 재분석한 연구에서는 남성이 여성보다 긴 근무시간과 높은 보수를 희망했다. 

 

최신 자료에서는 연령에 따라서도 희망 근무량과 급여, 민간취업 의향이 달랐다.

 

그러나 이 결과가 ‘일자리 미스매치 때문에 남성 참여율이 낮다’는 인과관계를 입증하는 것은 아니다. 

현재 확인되는 것은 성별·연령별 참여구조와 희망 근로조건의 차이다.

 

노인일자리 100만 시대의 다음 질문은 ‘몇 개를 더 만들 것인가’에 그치지 않는다. 

개인의 경력과 건강상태, 희망 직무·근무시간·보수를 파악하고 지역의 실제 인력수요와 연결하는 과정까지 함께 살펴봐야 한다.

 

정책 평가도 일자리 개수와 참여자 수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갈 필요가 있다. 

 

‘원하는 사람에게 원하는 조건과 얼마나 가까운 일자리를 연결했는가’. 

 

노인일자리의 양적 확대 이후 살펴봐야 할 또 하나의 지표다.

작성 2026.09.09 10:36 수정 2026.09.09 16:36

RSS피드 기사제공처 : 웰라이프타임즈 / 등록기자: 이장연 무단 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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